- 실업급여는 사실상 '빚'으로 버텨
지난해 고용보험기금 지출액이 코로나19 고용 위기 때인 2021년 이후 처음으로 다시 20조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 침체로 실업급여 지출 부담이 커진 데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실업급여 하한액이 매년 올라가고 있는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14일 고용노동부의 ‘2025회계연도 고용보험기금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고용보험기금 지출액은 20조9405억원으로 전년(18조6456억원)보다 12.3% 증가했다. 고용보험기금 지출이 20조원을 넘어선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위기가 정점에 달했던 2021년(21조577억원) 이후 4년 만이다. 지난해 고용보험기금 수입은 20조3485억원으로, 지출이 수입보다 많아 5920억원 적자가 발생했다. 근로자와 사업주가 내는 고용보험료가 주요 재원인 고용보험기금은 실직자에게 실업급여를 주고, 직업훈련 등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돈이다.
지출이 크게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실업급여 계정에서 빠져나간 돈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실업급여 계정 지출액은 17조4833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실업급여는 하한액이 최저임금과 연동(최저임금의 80%)되기 때문에 매년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실업급여 지출이 오르고 있는 데다가, 최근 제조업·건설업 등 일부 업종의 불황으로 실업급여 지출 부담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실업급여 계정엔 실직자에게 지급되는 구직급여뿐 아니라 육아휴직급여 등 출산·육아 지원 제도 관련 급여도 포함되는데, 관련 지출도 빠르게 늘고 있다. 2017년 9356억원이던 모성보호육아지원 사업 지출은 작년 4조3092억원까지 증가했다. 육아휴직급여 상한 인상 등 관련 지원이 강화되고, 육아휴직 이용자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업급여 계정의 재정 상황은 특히 좋지 않다. 지난해 말 근로자 실업급여 계정의 적립금은 1조7275억원이었다. 하지만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빌려온 돈 7조7208억원을 제외하면 실질 적립금은 5조9933억원 적자였다. 겉으로는 적립금이 남아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정부 내부에서 빌려온 ‘빚’으로 계정을 메우고 있는 것이다.
고용보험법은 대량 실업이나 고용 불안에 대비하기 위해 실업급여 계정에 해당 연도 지출액의 1.5∼2배를 연말 적립금으로 쌓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근로자 실업급여 계정의 적립 배율은 0.1배에 그쳤다.
문제는 최근 고용 상황이 나빠지며 앞으로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2912만명으로 1년 전보다 4만명 줄었다.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수가 감소한 것은 17개월 만이다.
노동부는 작년 ‘고용보험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재정 건전성 확보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대책으로는 모성보호급여 재원을 실업급여 계정에서 분리하는 방안과 고용보험료율 인상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어느 방안도 쉽게 추진하기는 어렵다. 모성보호급여 재원을 따로 마련하려면 정부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고, 보험료율 인상은 근로자와 기업 모두의 부담을 늘리는 문제라 노사 반발이 예상된다. 출처: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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